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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살림살이 구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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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기사입력 2020-07-31

 

 강수돌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 아산투데이


 2020년 6월 10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20년 세계 경제전망과 각국의 성장전망치를 발표했다. OECD는 2020년 경제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면서도 2020년 가을에 코로나19 재확산이 없는 경우와 있는 경우로 나눠, 두 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없는 경우 2020년 세계경제는 -6% 성장(!)하고, OECD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5.4%에서 9.2%로 상승하는 반면, 재확산이 이루어지는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은 -7.6%, 2021년에는 2.8% 성장(!)이 전망되었고 OECD 회원국들의 실업률은 10%로 상승하고 2021년까지 일자리가 회복될 전망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를 듣는 우리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또다시 두려움이 몰려온다.

 
이를 각 나라별로 보면, 미국은 코로나 재확산이 없을 때 -7.3%, 재확산시 –8.5% 성장(!)이고 일본은 각각 –6%, -7.3%, 중국은 -2.8%, -3.7%로 성장률(!)이 예상되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2020년 한국경제는 코로나 재확산이 없을 때 -1.2%, 재확산시 -2.5% 성장률(!)로 예측되어, OECD 회원국은 물론 세계 49개 주요국 가운데 경제성장 성과가 가장 좋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OECD 전망 보도에 각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그마나 한국의 경제성장 후퇴 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작다(예,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성장률 감소 폭”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며 여전히 아무 것도 깨닫고 있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왜 그런가?

 
첫째, 이미 우리 대다수는 경제성장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것이 정상이며,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면 위기 내지 비정상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경제성장에 대한 강고한 믿음이 기본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 지상주의! 그도 그럴 것이 자본은 이자와 이윤, 배당을 위해 부단히 몸집을 불려야 한다. 게다가 성장률이 떨어지면 실업률(고용불안감)도 오를 것이기에, 노동자를 포함한 일반인들은 실업(고용불안)의 공포에 또다시 두려움을 느낀다. 이런 전 사회적 믿음을 나는 ‘경제성장 중독증’이라 부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한 개인이나 한 나라가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게 무엇인가? 성장을 무한히 해야 하는가, 아니면 먹고살기에 충분한 정도를 달성하는 게 중요한가? (이 정도가 되면, 성장보다는 분배에, 그리고 삶의 질에 눈을 돌려야 하지 않는가?) 사람 키도 20세 전후가 되면 거의 다 자란다. 청소년 시기에 키가 쑥쑥 자랄 땐, 마치 무한히 클 듯이 보이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그 다음부터는 키라는 양적 성장보다 건강과 인격이라는 질적 성숙이 더 중요하다. 나라 경제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확장하고 확대하며 성장하는 것이 지상목표일 수 있지만, 이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라면 (사실 이것도 충분히 높긴 하지만) 더 이상 성장에 목을 매기보다는 질적인 고양, 즉 삶의 질 향상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점에서 OECD의 발표는 물론, 그 발표를 보는 국내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여전히 성장 중독증에 갇혀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 보면, 자본 진영은 이런 마이너스 성장이나 경제위기를 민중에 대한 군기잡기의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 민중 내지 시민들은 성장세가 지속되면 잔업과 야근, 과로나 산재에 시달리고, 후퇴세가 지속되면 실업과 불안에 시달린다.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들다. 성장 중독증에 갇힌 환자들(자본과 노동 모두)의 운명이 바로 이것이다.

 
둘째, 바로 이 성장 중독증과 그를 둘러싼 상황들이 ‘포스트 코로나’ 담론의 실질적 활성화나 질적 고양을 가로막는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마치 극우 보수 정당이 가짜뉴스와 흑백논리로 분탕칠을 하는 바람에 진정한 사회 진보에 대한 담론적 진전이 가로막히고 대체로 중도 보수 정도의 민주당 정도가 반사적 이익을 얻는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기껏해야 코로나19로 상징되는 재난 상황을 극복한다는 민주당 식 프로그램이 시장을 활성화하는 ‘돈 풀기’ 정책이나 디지털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뉴딜’에 그치고 만다.)

 
흔히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들 말한다. 옳은 이야기다. 문제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이다. 나는 과거의 사스나 메르스 등에 이어 지금의 코로나19와 같이 전 세계인의 일상은 물론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가 결코 일시적인 (또는 우연한) 질병이나 전염병이 아니라 구조적 질병이라 확신한다. 그 구조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자본)이 경제성장 중독증에 빠져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체계적으로 파괴해 온 과정, 나아가 야생동물 등을 음식, 관광, 애완용 등 다양한 모습으로 상품화해 온 과정, 그리고 인간의 편익과 탐욕을 충족하기 위해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대량폐기를 일상화해 온 과정들이다. 이 구조를 주도한 것은 당연히도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인데, 우리 인간은 노동을 매개로 자본에 협력함으로써 임금이라는 보상을 받아 왔다. 즉, 임금이나 이자, 지대나 배당, 연금 등을 매개로 우리는 자본과 공범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바로 이 사태야말로 자연 및 동물을 파괴하면서 동물 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 몸으로 들어오는 근본 메커니즘이다. 이 사실을 진지하게 인정한다면,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기존의 공범관계를 중단해야 한다.

 
셋째,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코로나 이후에 정말 달라져야 한다면 우선은 코로나 사태가 이런 구조적 원인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고도 진지하게 인정(직면)해야 한다. 더 이상 진실을 외면(회피)해선 안 된다. 다음으로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기존의 자본 논리(경쟁과 이윤, 이익과 실리)를 굳게 내면화해 온 것을 털어내기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어떻게 뒤틀리게 된 것인지 차분하게 공부하고 성찰해야 한다. (스웨덴 청년 그레타 툰베리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탈자본’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는 우리의 살림살이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주거, 토지, 교육, 의료, 노후 문제의 사회공공성을 드높이는 데 주력하고, 일반 시민들은 자율자치의 공동체를 창조하는 데 참여하면서 사회경제 문제를 함께 푸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 생산과 공급은 시장에 맡기되, 사회기간 시설이나 사회공공성이 강한 분야는 민주적인 정책과 협력으로 풀어내야 한다. 시민들도 더 이상 학교 졸업 후 취업하여 소득을 많이 벌고 (무한 성장에 박수를 치며) 집 한 채 잘 사서 시세 차익 남겨서 부자 되는 꿈을 꾸어선 곤란하다. 협동조합이건 마을기업이건 다양한 형태의 시도를 해가면서 죽어가는 농업과 농촌을 살리면서도 텃밭 운동도 하고 자립자급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 음악을 하건 미술을 하건 아이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도록 각 영역별로 구조 전환을 해나가야 한다. 투기와 거품의 영역을 걷어내고, 핵관련 산업, 공해 산업은 폐기하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분야만 살려나가야 한다.

 
사실, 이 모든 과정과 내용을 나 같은 한 사람이 완벽한 설계도로 그려낼 순 없다. 설사 그게 가능하다 해도 오히려 안 하는 게 낫다. (마치 현재 기재부가 나라 예산의 설계를 좌지우지하듯, 사실상 ‘전문가 독재’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내용을 시민들이 적극 고민하면서 함께 참여하고 지혜롭게 토론하는 가운데 (무한 경쟁 메커니즘 속에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을 넘어) 진정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가는 것, 바로 그것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포스트 코로나’답게 만드는 일이다. 과연 우리는 진정 그럴 의사가 있는지, 차분히 자문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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